갈등을 넘어, 大同을 꿈꾸며.....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기사입력 2005.09.06 07:58 조회수 2,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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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 김진표 부총리
갈등은 보는 관점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대체로 적당한 갈등은 개인이나 조직의 발전에 오히려 득이 된다고 보며, 갈등을 겪지 않고서는 진정한 쇄신이나 통합을 이룰 수 없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갈등은 조직의 안정과 조화·통일을 깨뜨리고 개인의 창의성이나 진취성을 질식시키는 등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갈등과 대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진정한 대동(大同)과 화합을 이루는 방안은 무엇일까?

 

탕평책은 정치인 통합운동이자 국민 통합운동

 

‘탕평박사’라 불리는 박광용 교수는 ‘영조와 정조의 나라’에서 그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18세기 조선사회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사대부 중심사회에서 일반 서민 중심 사회로 변화하면서 대대적인 혁신이 요청되던 시기”였다. 주지하다시피 17세기의 조선사회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양난을 겪은 뒤 극도의 혼란에 휩싸여 있었으며, 정치마저 살육전에 가까운 정쟁을 벌이느라 백성들의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영조와 정조는 탕평책을 통해 이러한 난국을 극복하고자 했다. 탕평책은 영조와 정조가 선택한 최선의 정치 개혁이자 사회개혁 방안이었던 것이다.

 

“200년 전 이 땅에서는 ‘탕평’이라 불린 새로운 정치가 시도되었다. 당시 주부들이 매운 맛을 바탕으로 다섯 가지 맛을 조화시켜 김치를 만들어냈듯이, 또 민초들이 웃음의 미학을 바탕으로 대여섯 가지 장단과 음조를 조화시켜 판소리를 만들어냈듯이, 정치인들은 ‘탕평’ 이론을 바탕으로 네 가지 붕당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정치 운동을 펼친 것이다.

 

18세기 탕평 정국에서 나타나는 새롭고 다양한 삶의 모습, 특히 정치적 삶의 모습을 추적하다 보면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 보아도 손색없는 정치인 통합운동이 존재했고, 나아가서 그것이 한편으론 국민 통합운동이기도 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위와 같은 관점을 지니고 붕당론, 군주론, 인물론, 탕평론 등으로 나누어 탕평정치 시기의 정치사를 이야기한다. 붕당론에서는 17세기 붕당정치의 특징을, 군주론에서는 조선 왕조에서 군주의 전형과 임무를 중심으로 영·정조와 그 주변의 왕실인물이 보여준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면모를 이야기한다. 또 인물론에서는 탕평시대를 이끌어간 주요 정치가와 학자들을, 탕평론에서는 탕평정치의 본질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보여준다.

 

 

 

탕평정치와 개혁정책이 주는 교훈

 

저자는 영·정조의 탕평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정치 이데올로기를 극복해야만 진정한 탕평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즉, ‘탕평’이라는 균형감각은 편파적이지 않은 학문의 길을 통해서 끊임없이 보충되어야 하며, 국왕 자신이 일반 백성과 다양한 연결 통로를 가지면서 직접 여론을 챙기려고 했듯이 사회 변화에 따라 등장하는 다양한 사회세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영조와 정조가 모두 시비의 차원이 아니라 우열의 차원으로 정치를 끌고 가려고 했던 점을 강조한다. 상대방을 인정하면서 더 나은 방안을 찾는 데 노력을 집중함으로써 대화합의 정국을 지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세계화는 반드시 진정한 주체성의 확립과 함께 가야 한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저자는 영·정조의 탕평책이 정치의 탕평과 사회의 대동을 함께 이루고자 한 데에 가장 큰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저자는 ‘탕평’이 소외계층을 위한 시책에 적용될 때 ‘대동’으로 표현된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영조와 정조가 사회·경제개혁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진정한 탕평을 이루고자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얼을 등용한다거나 도망간 노비를 관에서 찾아주지 않도록 하는 등 신분제로 인한 사회적 차별을 완화하고, 사대부를 포함한 모든 백성에게 똑같이 세금을 부담시키는 균역법을 실시한 것이 그것이다. 지배층의 특권을 없애고 일반 백성들의 권리를 신장시킴으로써 사회적인 대동을 이루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신해통공을 통해 자유로운 상공업 활동을 장려하고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정책을 편 것은 근대 지향적 움직임으로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한편, 정조는 새로운 축성 기술을 동원하여 수원성을 궁성으로 축조하고 이곳에 장용영 외영을 설치하여 군사적인 기능을 갖추게 했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장차 이곳으로 천도를 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자신의 개혁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완성하고자 소망했던 정조의 절절한 심정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러한 개혁정치는 정조 사후 무위로 돌아가고 만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시 외척과 노론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층의 개혁에 대한 저항일 것이다. 역사에서 가정이란 있을 수 없지만, 정조가 급서하지 않고 20년 정도만 더 재위했더라도 아마 우리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영·정조의 개혁정치가 좌절을 겪은 것은 우리 민족에게 참으로 아쉬운 역사의 한 부분이다.

 

올바른 역사관과 새로운 문화 창조

 

하지만 저자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한다. 18세기의 탕평정치를 통해 ‘좋은 한국인·좋은 한국사회’를 설명하고 이를 새로운 문화적 캐릭터로 창조해 내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200년 전 한국사회는 고추와 김장 배추가 들어와 급속히 퍼져 나갔으며, 서편제와 동편제로 유명한 판소리가 널리 정착된 시기이기도 하다. … 오늘날 한국인을 대표하는 이 두 가지 상징은 바로 200년 전 한국인이 만들어 낸 높은 수준의 생활문화였다. 

 

조선의 정치문화 역시 김치나 판소리처럼 오늘날 한국을 상징하는 생명력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를 가진 나라이면서도 약육강식과 적자생존만을 내세우는 생존경쟁은 인간의 길이 아니라고 비난하기도 하고, 강압적인 식민지 시대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전통인 사무라이 문화를 수용하지도 않았다.

 

바로 이 시기 조선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고유성과 보편성을 지키고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 이런 창조 작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때가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인 영·정조년 간의 조선 중흥기다.”

 

그리고 저자는 탕평정치의 시기인 18세기조차 시파와 벽파의 극한 대립으로 몰고 우리 민족의 역사를 당쟁의 역사, 후진국민의 역사로 치부해 버리는 시각을 일본제국주의 식민사관의 잔재라고 규정하고, 이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 역사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우리에게 저자의 견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올바른 역사관과 우리 역사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할 현 시점에서 금과옥조로 새겨둘 만한 내용이다.

 

‘영조와 정조…’에서 현재와 진지한 대화를

 

E. H. 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18세기 탕평정치가 보여 준 위대한 통합의 역사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과 지혜를 제공한다. 또 지역과 학벌 등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 우리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이루어나가는 데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 책은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책임자인 나에게도 ‘교육 부문의 탕평책’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해 주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교육정책의 만족도를 어떻게 하면 더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우리 교육을 혁신할까, 내가 해답을 찾고 싶은 질문이다.

 

이처럼 이 책은 비단 역사가가 아니더라도 너무나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게 한다. 갈등의 세기를 넘어 대동(大同)의 그날을 꿈꾸며, ‘영조와 정조의 나라’에서 현재와 진지한 대화를 가져 보도록 여러분에게 삼가 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광용 지음 / 푸른역사 /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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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석 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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